대법원 제3부(재판장 민유숙)는 지난 9월 13일, 고양도시관리공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교섭단위분리결정재심결정취소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중노위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 측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정한 중노위의 판단이 정당하다는 의미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 보인다.
고양시도시관리공사의 상용직 근로자 59명으로 구성된 상용직 노동조합(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은 "자신들의 근로 조건이 다른 직종 근로자들과 현격히 다른데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해 불이익을 보고 있다"며 노동위원회에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 따른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냈다.
상용직 근로자들은 사무보조나 주차, 운전, 시설,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로 공사의 일반직이나 기술직, 기능직 근로자들과 별도의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사에는 상용직 근로자들을 제외한 정규직-계약직 근로자 137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된 고양도시관리공사 노동조합이 교섭대표 노조로 존재하고 있었다.
상용직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에 대해 초심인 경기지노위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노위는 초심을 뒤집고 신청을 인용했다.
그러자 공사는 이에 반발해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는 "상용직과 그 외 직종은 근로조건에 있어 일부 차이점이 있을 뿐 교섭단위를 분리해야 할 정도로 근로조건이나 고용형태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섭단위 분리 여부 결정에는 노동위원회에 고도의 재량권이 있어서, 그 판정이 위법-월권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한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인 대전지방법원과 원심은 대전고등법원은 중노위의 판단이 옳다고 판시했고, 회사가 상고를 제기한 것.
다른 직군과 노조도 따로, 근로조건 완전히 분리..."교섭분리 필요성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사의 상용직 근로자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직종 근로자들과 달리 별도 상용직 관리규정의 규율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공사의 일반직이나 기능직 직종이 공무원 보수규정을 적용 받아 호봉제를 원칙으로 하는 것과 달리, 상용직은 별도 관리규정에 따라 직종별로 단일화된 기본급과 수당을 지급받는 구조로 이뤄져 임금체계가 다른 상황.
또 상용직은 다른 직종과 업무내용이 명확히 구분되는 탓에, 다른 직종과 인사교류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용직 근로자들은 공사 직제규정에서 정원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상용직 직종 근로자들만 별도로 협의체나 노조를 구성해 왔고, 공단이 출범하기 전부터 별도로 임금협약을 체결해 온 기록도 있었다.
반면, 상용직 외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기업별 노조인 고양도시관리공사 노조(이하 '공사노조')가 공사와 체결한 2013년 단체협약은 상용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았고, 공사 노조는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된 후에도 상용직 근로자 처우를 포함해서 단체교섭을 진행한 바도 없었다.
노조도 완전히 분리돼, 상용직 노조와 대표노조인 공사 노조가 별도로 활동하고 있으며 두 노조 모두 다른 직종의 근로자를 구성원으로 두고 있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같은 사실들을 근거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별도로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동일한 기본급 체계로 이뤄졌을 뿐 상용직의 임금체계가 상이함을 고려하지 않은 초심은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따라서 상용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29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는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시했다.
이어 "공사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상용직 근로자를 계속 대표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노조 간 갈등을 유발해서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중노위와 상용직 노동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인용한 최초의 판결로 보인다.
한 노동법 교수는 "상고기각이라 발견되지 않은 판결이 있을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판단해서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한 판결은 최초로 보인다"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http://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7&bi_pidx=28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