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중인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도 7월부터 임금을 제때 못 받을 경우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로부터 체불임금을 지급(체당금)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도산으로 어쩔 수 없이 퇴직하거나 사업장이 가동 중이라도 퇴직한 경우에 한해 체불된 임금을 체당금으로 메울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임금체불 청산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해 7월부터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매년 임금체불 발생액과 피해 노동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2015년 소액체당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사실상 전면 개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체불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0.2~0.6% 수준이다. 한국은 전체 근로자의 1.7%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체불액은 매년 늘어나 2012년 28만4000명이 8132억원의 임금을 못 받았는데, 지난해에는 35만2000명의 근로자가 1조6472억원을 못 받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39%)이 가장 많고, 건설업(18%), 도소매·음식숙박업(13%) 순이다. 30인 미만 업체에서 임금체불 사건의 68%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영세업체에 다니는 근로자는 임금 체불에 따른 생계 위협에 노출되기에 십상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체당금 제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체당금은 임금과 휴업수당,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하고 퇴사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임금채권보장기금에서 지급하는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휴업수당, 3년 치 퇴직금을 말한다. 국가가 체당금을 지급한 뒤 사업주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한다.
정부는 가동 중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에게도 소액체당금 제도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사업체가 문을 닫거나 가동 중이라도 퇴직한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7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되 올해는 최저임금 수준 근로자이면서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근로자에게 우선 적용한다. 이어 2021년 7월부터는 가구소득과 관계없이 최저임금의 120% 수준인 근로자로 확대할 방침이다.
소액체당금 상한액도 현재 400만원에서 7월부터는 최대 1000만원까지 올리기로 했다.
소액체당금 지급 절차도 간소화했다. 지금은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체불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야 수령할 수 있다. 앞으로는 체불확인서만 받으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급 기간이 평균 7개월에서 2개월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부터 도산한 사업장에서 퇴직한 체불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일반 체당금의 지원한도액이 현재 1800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오른다.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나 부정 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정부는 체당금 지급과 동시에 변제금을 신속히 회수하기 위해 국세체납처분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민사절차를 밟아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또 체당금 지급액의 일정 비율을 사업주에게 부과금으로 징수할 수 있게 했다. 지급 능력이 있는 사업주가 체당금을 악용해 체불을 해결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체불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적용대상도 재직자까지 넓혀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부당한 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사업장을 부도처리 또는 위장폐업하는 악덕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한다. 현재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상향 조정된다.
[출처: 중앙일보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5&aid=0002878813&sid1=001]